육지장사에서 돌아온지 하루가 지나서야 온몸으로 체험한 여유와 느긋함에서 깨어나는 듯 합니다. 1박일정 이었는데 마치 한 일년정도는 지내고 온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을 보면... 적잖은 문화적 충격을 받았나 봅니다. 아마도 그만큼 생각이 한뼘 자라지 않았을까라고 기대해 봅니다.
산사에서 좋은 기운도 받고 마음도 몸도 더 건강해져 온 것 같아 다른 분들에게 추천하고싶기도 하고, 스님들과 보살님들께도 인사를 전하고자 후기를 적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
종교가 없는 저로서는 불교,절이라는 문화를 직접 체험한다는 것이 낯설어 살짝 두려움이 없지않아... 막상 육지장사 앞에 도착해서도 '그냥 돌아갈까?'라는 생각에 머뭇거리다가 입제시간을 훌쩍 넘겨버리고, 겨우 용기를 내어 두려움반, 기대반으로 참석을 결심했습니다. 헌데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말로 표현들은 안하셨지만, 절법을 잘 몰라서 비롯된 무례한 행동들 투성이였을 저희들에게 얼굴한번 찡그리지 않고 잘 이끌어주셨던 큰스님과 보살님들의 배려하시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방사 배정받고 이불을 가지고 와야했는데, 늦게 참여한터라 보살님이 이미 방에 가져다 놓아주셨더군요. 배정받은 방사로 올라가 짐을 풀었습니다. 늘 입던 색색의 옷을 벗고 주머니가 깊고 펑퍼짐한 회색 옷으로 갈아입으니 생소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자유로운(?) 느낌도 들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수선당 3층으로 올라가 스님께 좋은 말씀 들으면서 경락을 배우고, 전신을 움직이고 풀어주는 시간을 갖었습니다. 늘 사무실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가 온몸을 움직여주니 우드득 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긴했지만, 한시간 가량 좋은 말씀 들으며 체조를 하고나니 한결 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산바람도 시원하고, 공기도 좋고 너무 상쾌했답니다. 뜨거운 햇살에 저희가 더울까봐 사방에 선풍기를 가져다 틀어주시느라 고생하셨던 보살님덕분에 시원하게 머무를 수 있었습니다.
산사에 와서 처음 하는 저녁 공양~! 어찌나 맛있던지... 쩝~ 지금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네요. ^^ 공양은 산채나물과 찌게를 먹을 만큼 덜어서 먹도록 되어있습니다. 어떤 책에서 '밥 한 그릇을 제대로 먹을 수 있다면 그는 이미 눈푸른 사람이라 할 수 있다'는 구절을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저는 육지장사에서 세끼 밥을 너무 맛있게 잘~ 먹고 돌아왔습니다.
저녁 공양을 마치고 해가 지기 전에 사찰을 돌아보기 위해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담한 규모인지라 한바퀴 돌아보는데 오래 걸리지는 않았는데, 대웅전 옆쪽으로 돌아들어가니 출세지장 보살상도 있고 모자지장보살상도 있어 그 앞에서 출세를 빌며 아홉배도 해 보았습니다. 대웅전 뒤쪽을 빙~ 둘러서 종들이 한줄로 늘어서 있고, 담장쪽에는 작은 불상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자세히 보니 이름들이 새겨있는것이 아마도 누군가 바람과 소원을 담아놓은 것일꺼라고 짐작되었습니다. 대웅전을 한바퀴돌아 다시 앞쪽으로 나와보면 주위를 둘러보니,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있어 경관이 정말 아름답더군요.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노라면 혹시 잘 지어놓은 촬영용 셋트장이 아닐까? 싶기도 할 정도로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대웅전으로 향하는 바닦과 계단이, 햇빛이 닿으면 음이온이 나오는 옥돌로 되어있어 신발을 벗어들고 맨발로... 따뜻하게 데워진 옥돌을 걷다가 다른 분들이랑 불당 앞 계단에 쪼로록 앉아 이야기도 하면서 경관을 구경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스님들이 천천히 올라오시는 것이보였습니다. 다들 '이렇게 계단에 앉아있으면 안되는건가?' 라는 생각을 했는지 하나 둘씩 어수선히 일어서는데... 앞서 오시던 설래스님이 불당 안으로 들어가라시네요.
두둥~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108배~
기대반, 걱정반 인 마음으로 조심히 108배 방석을 챙겨서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삼십이상 팔십종호의 불상 앞에서 지금의 나를 돌아보고 또다른 나를 마주한다는 생각으로 108배를 하라는 지원스님의 말씀을 새기며 절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의 목탁 소리에 맞춰서 한번, 두번... 스님을 따라서 절을하다보니 어느새 온몸에는 땀이 흘렀지만,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명상과 함께 108배를 마치고 나니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여유로움'이 느껴졌습니다. 문득 '이것이 고요함이구나' 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이 여유로움은 육지장사에서 하루밤 묵으며 얻은 가장 갚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수선당으로 돌아와 지원스님이 손수 옥돌찜질을 준비해 주시다가 작은스님(?)이 도와주셨는데... 원래 도와주시던 분이 안계셔서 혼자 다 하려니 정신이 없다고... 있던사람이 없으니 표가 난다며... 투덜 대시던 것이 기억나네요. ㅋㅋ 그러면서도 세심하게 저희들을 챙기시는 모습이 외람되지만 너무 귀여워 보였습니다. ^^;
따뜻하게 달궈진 옥돌팩을 받아서 창가쪽에 그야말로 널부러지듯 누웠습니다. 옥돌팩을 아랫배위에 올려놓고 찜질을 하고있자니 창밖으로 하늘에 별이 너무 많아 곧 쏟아져 내릴것만 같아보였습니다. 이또한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기에 밖으로 나와 별구경을 하고 있노라니... 저만치 벤치에서 지원스님과 여러 분들이 모여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어 저도 쪼르르 달려가 한자리 차지하고 않았습니다. 불교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 저에게는 어렵게 들리긴 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스님과 오가는 불교의 역사적, 사상적인 배경들을 간간이 알아들으며 어깨너머로 너무 재미있게 듣다보니 11시가 다 되더군요. 불교뿐 아니라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박학하시고 경계를 두지 않으시는 지원스님의 생각을 듣고있자니... '내가 그동안 종교나 신앙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불교에 대해 신뢰감이 들었는지 한번 공부해봐야겠다는 관심도 생겼습니다. 불교, 종교에 관해서 뿐 아니라 세상사에 대해서도 다식하신 스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시간이 너무 늦어 잘 자라는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숙소로 들어가려는데... 덜컥~ 문이 잠겨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난감해 하다가... 급기야는 아직 벤치에 남아있던 분들의 도움으로 수선당 창문 밖에서 '2층에 누구 계신가요?' 를 여러차례 외쳤습니다. 그 산사의 고요함을 깨고서 말입니다. 너무 민망하면서도 한참동안 아무도 대답이 없어 당황스러운 나머지 계속 소리를 지르다보니... 주무시던 작은스님이 저희의 외침을 들으셨는지 내려와서 문을 열어주시더군요. 잠을 깨워 짜증을 내실법도 한데, '문이 왜 잠겼지?' 라며 웃어주시는 스님이 어찌나 고맙던지요.
본의 아니게 벌어진 한바탕의 소란을 뒤로하고, 정말 감사히(?) 방으로 돌아와 다음날 새벽예불에서 낮에 느꼈던 108배의 감동을 다시 맛보리라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잠깐 눈을 감았던 것 같은데 어느새 목탁소리가 들리더군요. 끙~ 계속 이불속에서 뭉기적 거리다가 결국 예불은 못하고 108배만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잠이 덜 깬채로 절을 하자니... 어제의 감동은 커녕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 멍~ 한 채로 어느새 108배가 끝이 나더군요. 108배를 마치고 스님과 절을 하고나니 그제서야 잠이 깨는 듯... ㅡㅡ; 이대로 그냥 내려갈 수는 없다 싶어 불당을 한바퀴 돌아보니 양쪽에도 불상이 있더라고요. 신도로 보이는 한 분이 하시는 양을 보고서 저도 따라서 향도 피우고 절도 하면서 소원도 빌었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예법에 어긋나는 행동들은 아니었나 걱정도 되네요. 다음번에는 기도하는 예를 알아보고 해봐야겠습니다.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너무 맛있던 아침공양을 마치고 스님과의 차담을 나누었는데... 서로 소개를 하다보니 참석하신 분들 중에는 기독교, 천주교 신자인 분들도 있어 살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1박2일이라는 짧은 일정속에서 모인 자리였지만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이도 다 인연이라는 스님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쉬고싶을 때마다 오라며, 도리산에 육지장사라는 자신의 별장 한채 있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해도 좋다는 지원스님의 말씀에 모두 즐거운 웃음을 지었던 기억이 새록 나네요~ ^^
짧은 차담을 마치고 뒷산 정상을 향해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두번의 108배를 했더니 다리가 묵직하고 뻐근해서 '산행은 하지 말까?' 잠시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약 40분정도 올라 산정상에 도착해, 내려다보이는 절경에 시원하게 부는 바람을 맞고 있자니...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땀이 비오듯 했지만 오히려 흐르는 땀이 더 상쾌하게 느껴졌습니다. 같이 산을 오르셨던 작은스님은 저희와 달리 땀도 많이 안흘리시고 숨차하지도 않으셔서... 우리 모두 그 체력을 놀라워했더니, 매일 오르는 산이라서 스님께는 평지와 다름없다고 하시더군요. 어젯 밤의 소란때문에 잠도 설치셨을텐데... ㅋㅋ 살짝 죄송했습니다. ^^;
다시 수선당으로 돌아와서 쑥뜸온구를 하며 누워있는데... 배 위에 올려놓은 따뜻한 온구의 열기를 받아 스르륵~ 잠이 오더군요. 화상의 염려가 있으니 쑥뜸을 하면서 절대 잠들면 안된다던 스님의 신신당부는 머릿속에서 저멀리 멀어져가며...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한시간정도 숙면을 취한 뒤더군요. 물론 화상은 없었습니다.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말벌들을 평소같으면 보이자마자 소리지르며 피하고 달려가서 잡았을텐데 누구하나 달려들기는 커녕 그와 함께 쑥뜸도 하고 옥돌찜질도 하면서 한숨 자기도하고... 하는 모습들이 살짝 놀라우면서도 살며시 웃음짓게 했던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런 여유로움을 부리게 된 것은 단지 그곳이 산사였기 때문이었을까요? ^^
점심공양을 마친뒤 방사를 정리하고 나오는데 아쉬운 마음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매번 공양을 지어주시던 보살님들이 문밖까지 나와 '보따리들 싸들고 나서니 서운하네~'라며 잘 가라는 인사를 뒤로하고, 다음번에는 다른 친구와 함께 다녀가리라 마음을 먹었답니다.
마지막으로 안전하고 즐겁게 좋은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보살님들과, 좋은 말씀과 가르침으로 몸과 마음을 힐링해 주신 스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드리고싶습니다. 그리고 한밤중에 소란피워 작은스님 잠설치게 해서 죄송했습니다. ^^; 그래도 지나고 나니 피식~ 웃음나는 추억거리가 되네요~
그럼... 스님들과 보살님들 항상 건강하시구요 다음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_()_
ps >>>> 적다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육지장사2012-07-31 (화) 21:27
^^ 잘 지내고 가셨다니 오히려 저희가 감사합니다.
미숙하게 진행 되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하며
다음에 시간나실때 오셔서 맛있는 점심 공양 하시며
큰스님 법문도 들으로 오세요 참고로 세째주 일요일
큰스님 일요법회 있으니까요
댓글주소
김은주(222.♡.103.18)2012-08-01 (수) 16:56
아... 네~~~ ^--------^
일요법회라는 것이 있군요... 한번도 참석해본적 없는데 걍 편하게 가면 되겠죠? ㅋㅋ
아웅~ 돌아온지 며칠도 안되었는데 벌써 맛있는 공양하러 가고싶어지네요~
댓글주소
샨티(110.♡.162.254)2012-08-03 (금) 10:54
안녕하세요~
지난주에 뵈었던 봉사자입니다~ 일상으로의 귀가 잘 하신것 같아 행복합니다~
단식 일정에 대해 문의주셨던 건 그날 바로 답변 못드려서 죄송했구요~
늦게나마 답변 올립니다.
제가 확인해보니 일자는 평일, 주말 상관없고 기본 2박3일(15만원) 일정으로 진행하며,
인원수도 혼자이시든 동행이 있으시든 단체이시든 제한 없습니다~^^
단 8월 셋째, 넷째주는 단체 예약이 있는 상태라 그때만 제외해주시면 됩니다~
너무 열심히 임해주신 모습에 저희가 더 감사드리며~
다음에 또 좋은 인연으로 뵈옵길 기원드립니다.
아..참 그리고 일요법회는 매주일요일 서울 역촌동 소재 삼보사에서 진행되고,
셋째주는 양주 육지장사에서 진행되오니~
편하신 일요일에 한 번 나오셔서 맛있는 공양 함께 하세요~
늘 건강하시고^^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댓글주소
김은주(222.♡.103.17)2012-08-05 (일) 18:59
아~ 네~ 아무래도 단식이라는게 쉽지 않아보여서, 마음의 준비가 되면 단식일정 도전해 보려고요~
이것저것 신경써 주시느라 많이 분주해 하시는데 괜히 귀찮게 해드리는거 같아서 그냥 돌아왔는데... 이렇게 자세히 답변주시다니 감사합니다. ^^
댓글주소
광명성(218.♡.241.14)2012-08-06 (월) 12:37
긴 글쓰시느라고 고생하셨습니다.
정이 뚝뚝 묻어나는 좋은 글
님의 인품이 느껴집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댓글주소
김은주(122.♡.104.207)2012-08-08 (수) 22:56
긴 글인데.... 감사합니다
일정을 보러 오랜만에 들어와 봤는데 기분 좋은 뎃글이네요 ^^ 단식을 해보려고 하는데 마음먹기가 쉽지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