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란 알고 보면 허기와의 투쟁이었다. 배고프지 않은 시대가 없었다. 반세기 전만 해도 ‘보릿고개’라는 게 건재했다. 과거엔 절대다수가 굶주렸으나 이제는 절대다수가 너무 많이 먹는다. 비만이든 당뇨든 지방간이든 근본적으로 과식이 만들어낸다. 암(癌)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음식을 산처럼 쌓아두고 먹다가 걸리는 질병이다. 그 많은 것들을 꾸역꾸역 소화시키려다가 결국 몸이 망가지는 것이다. 몸도 살려면 좀 쉬어야 하고 그래서 현대인들은 단식(斷食)을 한다. 건강과 미용의 수단으로서 다이어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단식이 각광을 받고 있다. 단식을 한다면 절에도 온다. 불교를 배울 수 있어 마음의 무게도 줄어든다.
육지장사는 경기도 양주시 도리산 기슭에 있다. 도리산은 불교의 이상향인 도리천(忉利天)을 뜻한다. 조계종 호계원장과 포교원장을 역임한 지원스님이 2003년에 조성했다. 지장보살을 여섯 분 모셔서 육지장사(六地藏寺)다. 천상 인간 아수라 축생 아귀 지옥… 육도(六道)를 하염없이 윤회해야 하는 중생은 어디서나 아프고 외롭고 갈급하다. 그러니 어떤 계층에나 지옥의 성자인 지장보살이 필요하다. 심지어 최고 단계인 천상에 태어나더라도 삶이 온전치 않은 게 존재의 운명이다. 풍족할수록 경쟁하는 법이니까. 초기불교에서는 투신(鬪神)들인 아수라를 인간보다 우위에 두기도 한다. 잘 생기고 지체 높은 자들일수록 더 큰 이익을 두고 더 치열하게 싸운다.
1주일이면 3kg 감량
구파발역에서 37번 버스를 타면 50분쯤 걸린다. 전방부대가 밀집한 지역이고 적잖은 정류장 이름들이 ‘사단’ 아니면 ‘연대’다. 경내지가 그리 넓지는 않은데 전면의 대웅보전이 압도적으로 웅장하다. 중생의 입맛에 맞게 다채로운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포교도량이다. 명상도 하고 차도 마시는데 스트레스를 낮추고 면역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꾸려졌다. 그 가운데서도 단식 템플스테이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2박3일간 단식요법을 진행한다, 3일 안에 1kg이 빠진다. 집에 돌아가서도 배운 대로 습관을 유지하면 1주일 안에 3kg은 빠진다. 물론 살만 빼자는 게 아니고 건강을 되찾자는 것이다. 단식은 이를테면 ‘신체적 대청소’다. 가장 깨끗한 집은 아무 것도 없는 집이다.
젊은 시절 만성 위장병으로 뼈만 남았었는데 스스로 터득한 비법으로 소생했다. 일정은 육지장사 회주 지원스님이 직접 개발한 프로그램대로 이뤄진다. 참가자들이 입소하면 일단 체중과 체지방부터 잰다. 그리곤 스님이 단식의 의미와 절차에 관해 설명해준다. 단식과 관련한 저서도 펴냈고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시인으로 등단해 글솜씨도 뛰어나다. 적어도 문외한이 보기에는 완벽한 전문가다. 자율신경 교감신경 부교감신경 백혈구 림프구 과립구 등등 의학용어들이 청산유수로 튀어나왔다. 요즘 뜨는 ‘NK세포’가 ‘내추럴 킬러’의 약자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단식을 하면 몸이 한없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고 활력이 피로감을 대체한다”는 것이 요지다. 보약보다 운동보다 뛰어나다.
식욕도 습관이다
무작정 곡기를 끊는 것은 아니다. 삼시세끼 당근에 사과를 섞고 발효한 찻잎을 갈아서 얹은 주스를 섭취한다. 사실 설사약만 먹어도 몸무게는 금방 빠진다. 체중이 아니라 결정적 독소인 체지방을 감량하는 게 우선인 것이다. 무턱대고 굶으면 결국은 차 몰고 나가서 편의점에서 허겁지겁 먹다가 중도하차하거나 응급차에 실려간다. 빨리 먹으면 죽고 천천히 먹으면 사는 게 무병장수의 근간이다. 평소에도 조금씩 느리게 먹을 줄 알아야 한다. 또한 뜨거운 물로 설거지를 하면 기름때가 순식간에 지워진다. 따뜻하면 살고 차가우면 죽는다. 35도 이하의 체온은 암세포의 천국이다. 이에 쑥뜸과 옥(玉)으로 만든 온구(溫灸)를 배에 올려둔다. 108배도 빼놓을 수 없는 비결이다. 맑은 공기 마시며 걷고 뒹굴고 찜질하고 절하면서 한가롭게 보내는 사흘인데, 나도 모르게 ‘디톡스’가 완성된다.
비만의 원리는 단순하고도 냉엄하다. 지원스님은 “의학적으로 체중이 1킬로그램 증가하면 1600미터의 혈관이 새로 생성된다”고 말했다. 늘어난 혈관은 심장에 부담을 주고 두뇌에 써야 할 에너지를 떼어내 그걸 먹이는 데에 써야 한다. 과적차량의 수명은 짧을 수밖에 없다. 낭비와 과로와 적체가 일상화되면 개인이든 조직이든 필연적으로 망한다. 과유불급은 인체도 마찬가지다. 제아무리 소중한 영양분이라도 ‘잉여’가 되는 순간 노폐물로 변질된다. 피는 탁해지고 피부는 나빠진다. 반면에 단식을 하면 순환과 배출이 활발해진다. 심신일체이고 몸이 쉬어야 마음도 쉰다. 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용자(勇者)라는 중2 담임교사가 “응어리가 사라졌다”며 자꾸 찾아온다. 금연 중인 남성은 “니코틴이 정말로 빠져나가는 기분이 실제로 든다”며 즐거워했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싶다면 몸의 짐부터.
결핵이 좀처럼 절멸되지 않는 이유가 다이어트 때문이다. 예전엔 못 먹어서 걸렸더라만 지금은 일부러 안 먹다가 걸린다. 자살하려고 살을 빼는 것은 아닐 테고, 단식의 궁극적인 목적 역시 불교의 중도(中道)다. 흥분하면 교감신경이, 안정되면 부교감신경이 활발해진다. 외부세계와 교감하기에 교감신경이고, 위협을 맞닥뜨리면 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되면서 심장이 거세게 뛴다. 적절하게 긴장하고 목소리도 높일 줄 알아야 생존할 수 있고 내 몫을 쟁취하기 마련이다. 다만 주야장천 화만 내니까 문제인 것이다. 식욕도 습관이다. 뇌가 먹으라니까 무의식적으로 먹는 것이고, 폭식은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손실을 보상받기 위한 행동이다. 단식도 능사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고행이고 단식을 위한 단식은 어리석고 위험하다. 단.적게 먹고 적게 생각하면서 균형감을 유지하자고 하는 일이다. 마음도 잘 굶어야 한다.
■ 육지장사 템플스테이
다이어트단식 템플스테이(2박3일)
오후2시부터 3일째 오후 1시까지. 체지방 측정,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쑥뜸 및 옥온구 체험, 108배 명상, 자율산책.
찾아가는 길
[주소] 경기 양주시 백석읍 기산로 471번길 190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하차(2번 출구)→ 양주37번 버스 승차→ 장흥자연휴양림 하차→ 육지장사 셔틀버스(템플스테이 참가자 있을 시 운행).